굿프렌즈 게시판

생일 초대로 배우는 인간관계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25-04-04 11:44
조회
43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0330/131313674/2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였다. 학교에 입학해서 좀 친해진 친구에게 생일 초대를 받지 못해서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그 아이는 당연히 초대받을 줄 알고 선물까지 미리 준비했다. 아이들 중에는 생일 초대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생일인 아이들도 고민이 많긴 하다. 반 아이들을 다 초대하기는 부담스러운데, 그중 몇 명을 어떻게 추리냐는 것이다. 나는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그냥 너희 반 아이들을 다 초대해”라고 조언한다. 모두를 초대한다고 해도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다 오지는 못한다. 어떨 때는 반 이상도 못 온다. 초대했는데 못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몇 명만 추려서 초대하면, 그 안에 못 든 아이들이 서운할 수 있다. 생일인 친구와 친하다고 생각한 아이는 굉장히 속상할 수 있다. 이후로는 그 친구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해줄 거라면 그 반 친구들 모두를 초대하는 것이 낫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가족끼리 하거나 누가 봐도 동의가 되는 ‘절친’ 서너 명 안쪽으로 초대해야 한다. 그 외에는 내 아이를 자기 생일 파티에 초대했던 친구는 꼭 부르는 정도로 한다.

가끔 아이들은 묻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생일 초대를 했는데 가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초대한 친구 앞에서 “나는 안 가”라고 대놓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너무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 혹여 생일자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나를 초대해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한다. “가고 싶은데 미안하다” “사정이 있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 등의 방식으로 잘 다듬어서 불참을 표현한다. 그리고 아이들 선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의 학용품이나 과자 등의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가식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내 아이가 반 친구 생일에 초대받지 못해서 섭섭해하면 부모들도 덩달아 속상해진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안 좋은 아이에게 “네가 좀 잘하지 그랬어?”라고 말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내가 잘못해서 초대를 못 받은 건가?’ 하는 불필요한 죄책감이 생긴다. 또는 아이에게 “거 봐, 걔는 너 안 좋아하잖아. 너도 다음에 걔 초대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대갚음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에서 다른 사람과 내 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생일 초대를 받지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사정이 있었겠지. 너는 초대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속상하긴 했겠다. 그런데 그냥 ‘난 초대 안 해? 나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라고 한번 물어보지 그랬어?”라고 말해 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초대한 다섯 명에 들지 못했다고 네가 못났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냥 친한 정도가 아직 그 상태인 거야. 그 친구가 너를 나쁘게 대하지 않으면 된 거야. 네 마음이 속상했다고 그 친구를 미워하진 마”라고도 말해 준다.

원래 사람의 마음은 같지 않다. 아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내 아이를 싫어한다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내 아이를, 내 아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지 않는다고 관계를 정리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 너를 좋아하더라도 너를 반드시 초대하라는 법은 없다고 말해 줘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나 친밀도는 과일처럼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그 친구가 내 아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된 거다.

아이들은 “나도 다음에 걔 초대 안 할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그건 속이 좁은 거야. 네 생일 때까지 네가 그 친구를 계속 좋아하면 초대하는 거야. 그 친구가 너를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네가 초대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그러면 상대방이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깊어지겠지? 그런 기회도 되는 거야. 친구 관계는 너무 대갚음해 주려고만 하면 안 돼”라고 일러준다.

사례의 아이처럼 선물을 미리 준비했다면 나중에라도 “이거 너 생일이라 준비했는데…” 하면서 그 친구에게 주는 게 낫다. 아마 그 친구는 미안해하면서 사정을 말할 것이다. 그럴 때 “그랬구나. 좀 서운했어”라고 내 서운한 마음도 좀 표현하면서 관계를 풀고 갈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출처: 동아일보 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굿프렌즈 심리상담센터는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본 센터에 방문하시는 모든 분의 이야기를 친구같은 마음으로 귀 담아 듣고서 꼭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동상담, 청소년상담, 성인상담, 부부상담, 기업 eap, 미술치료, 언어치료, 놀이치료, 우울, ADHD, 공황장애, 학교폭력, 심리치료, 바우처, 지투사업, 아동청소년심리지원서비스, 불안, 위축, 학교부적응)
http://goodfriendscounseling.com/
상담문의 061 333 4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