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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훨씬 작은 아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19-08-26 15:30
조회
1291
또래보다 훨씬 작은 아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8세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입니다. 저희 아이는 1% 미만의 키와 체중으로 성장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항상 활달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는데 점점 자신감이 떨어져 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워 도움을 요청합니다. 여기 제가 고민하는 것 3가지를 요약해보았습니다.

첫째 또래 남자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등을 돌리고 서 있거나 못 본 척, 못 들은 척 다른 놀이 하는 척을 많이 합니다. 둘째 아이들과 놀다가 불편한 일이 생기면 아이 목소리를 내거나 엄마에게 안기는 등 아이 같은 행동을 하고 다급한 모습을 보입니다. 셋째피해 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놀자고 다가오거나 해를 끼칠 의도가 없는 행동에도 괜한 짜증을 부리고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유치원 때 친구들에게 체구 때문에 놀림당한 적이 있고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우리 아이, 어떻게 도와주는 게 좋을까요? 어떤 말을 해주고 대놓고 “왜 쟤는 작냐고”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처하라고 가르쳐야 할까요? 아이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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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8살이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나이네요.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모든 부모에게는 굉장한 어떤 불안의 시작인 것 같아요. 아빠 마음 충분히 이해됩니다. 먼저 아이는 초등 3학년부터 쑥쑥 크잖아요. 그래서 지금 키와 체중으로 계속 지속된다~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마 부모님이 성장클리닉도 함께 다니시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더 클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문제는 지금인데요. 아이가 다른 특히 남자아이들하고 어울리는데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닐까?’ 쉽게 말하면 ‘기죽는 것 아닐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 같고 이미 위축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피해 의식까지 있다고 하시는 걸 봐서는 되게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아이에 대한 고민을 첫째, 둘째, 셋째로 정리해 주셨어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작아서 겪을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은 뭐가 있을까요? 우리 아이가 작아서 또래 아이들끼리 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한 대 맞고 밀리고 무시당할까 봐. 근데 지금 첫째 둘째 셋째에 잘 보면 어디도 실제로 밀리거나 밀쳐지거나 무시당한다는 이야기가 없어요.

아빠께서는 첫째로 또래 남자아이와 어울리는 걸 회피하고 등을 돌리고 못 본 척, 못 들은 척한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제가 봤을 땐 다른 아이들이 아이를 따돌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이가 회피하는 걸까요? 아니면 놀이에 집중한다고 못 보고 못 들은 것 아닐까요? 못 본 척이 아니라 진짜 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그다음 두 번째는 더더구나 다른 아이들과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놀다가 불편한 일이 생기면 아기 목소리를 내거나 엄마에게 안긴다고 했어요. 불편한 일이라는 게 다른 아이들이 밀어내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안 들리거든요. 근데 저는 1학년이 아기 목소리 내고 엄마에게 안기는 행동은 내가 가족한테는 아직도 아기구나~ 이렇게 느끼는 것 아닐까 싶어요. 왜냐면 애는 키가 작을뿐이지 아기는 아니거든요.

또는 이렇게 하면 엄마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아우 그랬어~ 이렇게 하면 이제 계속 아기로 남아있죠. 불편한 일이라고 해도 자기가 싫은 일이지 다른 아이들이 자기를 힘들게 하는 일은 아닌 것 같고요.

마지막은 더더구나 그렇습니다. 놀자고 다가오던가 해를 끼칠 의도가 없는 행동에도 괜히 짜증을 부리고 공격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 놀자고 다가오는데 싫다고 하는 거잖아요. 이건 키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싫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스타일이 안 맞으면. 왜냐면 툭툭 치는 거로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있고 앉아서 젠가를 갖고 기찻길을 만들면서 속닥속닥하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키하고 상관이 있을까요? 아니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피해 의식이라기보다는 맞지 않는 아이들과 맞닥뜨린 것입니다. 저는 세 번째도 좀 부모님이 이렇게 예민한 눈으로 아이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유치원 때 체구 때문에 놀림 받은 적이 있고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요. 저도 우리 애들 키울 때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걔가 날 싫어해” 애들은 이런 단어를 그냥 어른하고 다른 뉘앙스로 쓰기 때문에 그걸 있는 대로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어머니 저는 이러이러한 면에서 저 친구가 성향이 맞지 않는 것 같고 앞으로 저는 이런 성향의 친구만 만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애는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사회성이 부족한 시기라 표현만 그럴 뿐 실제로 안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 전체 내용을 하나에 이렇게 좀 가정, 가설로 정리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빠가 애가 키 때문에 너무 위축되고 기가 죽으면 어떻게 할까? 에 부모님이 상당히 예민하다. 그래서 뭘 봐도 ‘아 애가 키 때문에 기가 죽었구나’, ‘키 때문에 피해의식이 많구나’, ‘키 때문에 못 어울리는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피해 의식이라는 것이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피해 의식 같아요. ‘우리 애가 작으니 누군가가 괴롭히겠지?’ 이게 상상을 타고 가는 거죠. ‘학교폭력 따돌림 군대 가면 어떻게 하지?’ ‘사회생활에 불리하면...’ 근데 사실 아이에게 영향이 가는 건 부모의 시선이라는 거죠. 부모가 ‘너는 키가 작으니까 키가 작으니까..’라고 할수록 그리고 키가 작아서 생긴 문제가 아닌가 할수록 부모가 더 보호적인 태도를 보이잖아요. 그럼 이 아이는 딱히 키인지 뭔지 모르지만, 자신이 다른 아이들보다 뭔가 부족하고 어떤 점에서 부족하고 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이미 이런 문제가 시작됐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아기 목소리를 내거나 엄마에게 안기는 건 초1학년 아이가 다른 면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아이가 보일 만한 행동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부모는 항상 또래가 있을 때 우리 애는 작은애, 우리 애는 약한 아이라고 보면 아이도 자기를 그렇게 보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많은 부분에 부모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예전에 전 학년에서 가장 작은 아이를 키우는 아빠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6학년인데 6학년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데 축구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그리고 축구를 진짜 많이 해요. 그러니까 애는 키가 하나도 문제가 안 되더라고요. 남자아이들은 축구와 달리기가 중요하잖아요. 애가 축구에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힘이 세거나 축구를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싹싹하거나 여자친구들에게 친절한 등 키 말고도 눈에 띄는 것이 많거든요.

부모님이 너무 키에 집중하지 마시고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장점에 좀 시선을 이렇게 넓게 보시고 그 부분을 키워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키는 좀 무시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우시겠지만 그게 부모로서의 성숙한 대처방식이라 생각하고 실천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아이가 키가 작다고 하니 신체적인 성장을 위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성장클리닉도 다니시는 것 같은데 그런 노력을 하는 게 꾸준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심리적인 면에서는 가급적 키를 의식하지 않고 다른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게 대해 주시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 때를 대비해서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시켜주시면 키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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