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나주 굿프렌즈 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18-03-20 12:11
조회
1491

대부분의 결혼은 함께하기와 공유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다. 개인은 거의 사라지고, 모든 것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삶에 종속된다. 결혼다운 결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며, 높은 응집력과, 서로를 위하고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목표한 바의 직업적 지위를 성취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요구 된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흘러간 뒤에, 젊은 시절의 활력은 날아가 버리고, 반짝거리던 희망도 없어졌으며, 직업적 목표는 달성되고 새로운 목적을 발견하기는 힘들게 된 때에, 바로 그러한 때에 오래된 질문이 새로운 다른 모습으로 훨씬 더 급박하게 다시 나타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자기 자신을 확신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기 자신의 삶을 꾸리고 싶은, 새로운 종류의 열정이 등장 한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불가피하게 배우자를 향한 질문이 된다. “당신은 내가 누군지 정말 아느냐?” 이처럼 결혼은 전혀 다른 배경, 성격, 욕구, 관점과 우선순위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나머지 평생 동안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본성인 타고난 이기심까지 덧붙여진다. 즉 내 방식대로 하려는, 내 권리를 지키려는, 내 의견을 주장하려는, 내관심사를 추구하려는 욕구까지 말이다. 아니다 다를까 어느 날 아침 아내는 얼굴 표정 하나 구기지 않고 밥상 위로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그만 이제 나가 놀아.” 정작 당사자는 충격에서 헤매고 있다지만 그나마 이 경우는 양반 축에 든다.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할퀴는 전쟁에까진 이르지 않은 듯하니. 그렇다면 이들 부부의 남은 40년은 어찌 될 건가. 요즘 많이들 한다는 황혼이혼으로 갈라설 건가, 행복을 가장한 무늬만 부부로 살 건가. 정말 선택은 이 둘뿐인가. 아니다. 방법이 있다. ‘결혼을 졸업’하는 것, ‘졸혼’(卒婚)이 있다.
① 이혼 관련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서
이혼은 사실 ‘이혼’ 한 단어로만 규정 할 수 있는 단일 사건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다. 그동안 결혼관계에서 일어났던 수 백 가지 못 마땅했던 행동과, 수천가지로 비유 될 수 있는 상대를 불편하게 여겨졌던 부정적 감정들이 농축되어 표현된 용어가 바로 이혼이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복잡다기한 이유와 사유를 흔히들 얘기하는 ‘성격차이’와 같은 한 두 마디의 압축한 용어로 표현한 것을 듣다보니, 실제 인간관계의 광대함을 과소평가하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혼과정은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음먹은 대로 결혼을 끊기가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설혹 이혼을 단행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진행 중임을 알 수가 있다. 이혼한 남성은 사회적 관계로, 여성은 경제 및 가족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대학원 아동가족학과 손정연씨가 발표한 석사학위논문 ?결혼의 질, 이혼 장애 요인, 일상생활 스트레스와 이혼 후 적응?에서 서울, 경기도에 거주하는 최근 5년 이내 이혼을 경험한 남성 147명과 여성 2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다.
조사결과, 이혼에 따른 경제문제에 대한 스트레스 지수(4점 만점)가 남 2.88,여 3.14로 가장 높았다. 특히 남성은 이혼 뒤 사회적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2.63으로 여성의 2.43보다 높았다. 반면 여성은 경제문제와 가족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각각 3.14와 2.89로 남성의 2.88과 2.62보다 높았다.
손씨는 ?남성은 사회적 명예를 중시해 이혼 사실을 숨기거나 주변에 도움 요청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고, 여성은 이혼으로 생기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기 쉽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혼 제안은 여성의 80%가 ?먼저 이혼을 제안했다‘고 대답, 남성의 5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리고 또 다른 조사에서 이혼 후 힘든 점으로는, 남성은 외로움(28.5%)을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심리적 위축감(24.8%)과 자녀부양문제(22%)를 들었다. 반면 여성은 심리적 위축감(23.6%)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경제적 어려움도 21.2%나 됐다.
이혼만 하게 되면 전배우자와의 모든 관계가 다 지워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상당수의 이혼자들이 이혼 후에도 아이방문이나 양육비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전 배우자와 연결되어 있거나, 위자료 및 전 배우자가 남긴 부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직장인 박모(40‧여)씨는 전쟁 같은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오전 5시에는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2007년 이혼한 박씨는 10년 째 육아에 올인 한 상태다. 친정이 멀리 떨어져 있어 도움을 받기도 불가능하다. 아이가 클수록 학원비 등으로 나가는 돈은 많은데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
박 씨는 “월급으로 받는 돈 절반은 아이에게 쓰는 것 같다”며 “여자 혼자 벌어 아이를 키우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혼녀라는 사회적인 편견도 만만치 않다"며 "아주 가끔이지만 이혼한 일을 후회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혼직전에 몰린 부부들, 그리고 생애 후반기 가족 돌봄의 의무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시니어들의 경우 좀 더 알차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는 대안으로 ‘졸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② 기존‘(결혼)생활 형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결혼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즉(황혼)이혼 외에 달리 선택할 방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졸혼’이라는 중간지대의 설정을 통해서 계속 현존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가 있다.
‘졸혼 =완전한 별거’ 가 아닌 “파트너와 정기적으로 거리를 두고 함께 지내는 것”⑨으로 인식 한다면 최초 혼인으로 구성된 가족관계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는 잇점이 있다. 특히 자녀들의 있는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어리든 장년이든 부모들의 이혼은 자녀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혼보다는 ‘졸혼’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로 △부부가 거리를 둠으로써 진정으로 자신의 관계를 개관적으로 검토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완전한 고독 상태가 아니라 부부가 연결되어있다는 안정감이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함께했던 추억을 완전히 놓지 않고 지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열정적 사랑이 사라졌다고 해서 배우자가 '싫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이혼을 하지 않고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의 경우 공통점은 사랑의 방식에 변화를 갖자는 것이다. 그래도 함께 살 수 있는 방식이 졸혼이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할 사항은 초기의 열정적 사랑이 사라졌다고 해서 배우자가 '싫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우리가 사랑 대신 ‘정으로 산다’는 말을 하는 경우이다. 우리가 보통 ‘애착관계’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의 거품이 가라 않은 뒤 호감 역시 가라않을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열정에 가려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배우자의 진면목(?)을 이제 제대로 파악했음에 오히려 감사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보다 현재의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많은 이유들이 상존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이혼에 따른 자녀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 아이들을 위해 부부관계를 깨지 않고 함께 사는 것으로 옛날부터 부부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가장 익숙한 패턴이다. 최근 대입이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아이들이 성장 후 결혼을 할 때에도 부모들은 여전히 함께 있어야 한다. 어쨌든 부부의 이혼에 의한 악영향을 자녀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강한 의식이, 졸혼을 유지 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이다.
▷체면 또는 업무상 ‘동반모임’ 등이 중요한 비즈니스에 일상화 된 경우 - 쇼윈도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는 사랑은 없어도 이혼은 하지 않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라 볼 수 있다. 이혼을 적대시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을 보호할 수 가 있다. 이를테면 ‘부모 · 친척, 친구, 직장, 지역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혼을 마이너스로 파악한다.
기업내부에는 결혼 한 것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해외부임. 혹은 승진 등으로 부부 동반으로 파티의 참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비록 애정 없는 부부관계라 하더라도 부부관계의 겉모습을 보여 주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상대방이 지닌 사회 경제적 능력을 계속 공유하기 위해서 - 사실 결혼조건으로 사회적 경제적 능력을 선호하거나 비중을 둔 경우 높은 사회적 지위 넉넉한 경제적 환경은 현재의 결혼을 유지 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혼을 하면 당연히 배우자로부터의 이런 영향과 지원이 중단되어 버린다. 졸혼은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명망을 함께 누리고 경제 원조를 받으면서도 부부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 해 나가는 결과를 얻게 된다.
제도적으로 애초부터 졸혼이라는 형태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연금이나 세금 등의 비용 면에서도 이혼하는 것보다 현 결혼 상태를 유지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배우자 사이에 애정도 없고, 사실 이혼하고 싶지만, 재정적인 측면에서 졸혼 형태를 취하고 있는 부부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결혼을 통해 쌓아 올린 것을 끊고 싶지 않아서 - "쌓아 올린 것을 끊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혼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인내하고 참아 왔던 것도 많이 있다. 결국 이혼은 과거의 이런 노력과 인내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이혼하는 편이 좋은 경우에도 이혼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사유들일 것이다.
▷노후 생활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서 - 노후 생활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서 졸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맞벌이 부부일 경우 현역 시절은 아침과 저녁만 얼굴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하지만 전업 주부나 파트타임 근무일 경우 남편이 직장이나 일을 나간 경우 부인은 점심시간 혹은 비번일 경우 더 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친구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낼 수 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정년퇴직 후에는 자유 시간이 제한되고 계속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게 된다. 이런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혼하면 좋다고 생각 하지만, 남녀 모두 이혼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도 비록 연금 분할 제도가 시작되어 연금분할이 된다고 하더라도 따로 살면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여유 있는 생활이 보장될지 장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혼을 회피하기 위한 관계회복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은 관계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방안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보면 멀어 진다’는 논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단 안보면 싸울 일이 없어지고 당장의 관계악화를 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이혼한사람들이 자신들이 감행한 이혼을 후회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때 이들 부부사이를 중재하는 노력 혹은 상담이 있었다면, 아니면 자체적으로 최악의 파멸을 막기 위해 잠시 떨어져 보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지금 와서 후회하는 이혼을 회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루 157쌍이 부부가 되고 49쌍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 세 쌍중 한 쌍 꼴로 남남이 된다는 서울의 하루. 배우자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은 연민, 용서, 근면, 헌신이란 요소로 채워져야 하지만 때로는 그 최선의 대답이 이혼일 수도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부부들에게,이혼의 위기가 닥친다 해서 무조건 절망에 빠지지 말고, 이혼을 감행하기 전 부부간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졸혼의 시간을 먼저 가져 볼 것을 간절히 권유해 본다.
[출처: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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