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20-05-08 14:00
조회
1435
어떤 아이는 감정을 다루는 것이 미숙하다. 특별하지는 않다. 팔다리를 조화롭게 움직이는 능력이 약한 아이도 있고, 주의를 빠르게 전환하기 어려운 아이도 있다. 불편한 감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추위든, 더위든, 어지러운 느낌이든 강하고 오래 느끼는 아이도 있다. 마찬가지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 거기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유형이 있다. 기질적으로 감정의 전환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불편한 감정이 일단 들어오면 극단적인 수준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아이도 있다. 기질적인 특성보다는 아이의 정서적 상태가 문제의 원인인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사로잡힌다. 스스로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자신은 안 좋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아이니까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라 믿는다. 그래서 중립적인 자극조차 부정적으로 해석하고는 우울해한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무릇 좋은 일에도 나쁜 일은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었는데 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기대한 것과 다른 선물일 수 있고, 기대에 미치지 않은 선물일 수도 있다. 동생의 선물이 더 나아 보일 수 있고, 수리가 필요한 문제 있는 제품을 받게 된 경우도 있다.
그래도 선물을 받았으니 아쉽더라도 고마움부터 느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하게 살 테니까. 하지만 부모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서운한 마음에 입을 삐죽대다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부터, 화가 나서 씩씩대다 펑펑 우는 아이도 있고, 급기야는 선물을 집어 던지면서 ‘산타 할아버지 미워.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 거야,’ 외치는 아이도 있다.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라면 여지없다.
부모는 처음에는 조금 달래준다. 좋은 날이니 좋게 풀고 싶어서다. 하지만 아이가 얼른 기분을 바꾸지 못하면 슬슬 화가 난다. 부족한 대로 애써 준비한 것인데 이 녀석은 고마운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 한편에는 억울한 마음도 올라온다. 좋은 말로 위로하는데도 기분을 못 바꾸는 것을 보자니 이렇게 좁은 심통머리로 세상을 어찌 살려고 그러나 걱정이 든다.
그래서 너 그렇게 계속 울면서 심술부리면 산타 할아버지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 거라며 위협도 하고, 이런 선물도 못 받는 어려운 아이에게 갖다 줘야겠다며 선물을 가로채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 커지고 기분은 더 나빠진다. 성탄절 아침은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잘 되길 기대했는데 엉망이 된 날. 아이의 기대도 엉망이 되었고, 부모의 기대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아이가 감정을 다루는데 취약하다면 다음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는 지금 자라고 있다.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도 온몸으로 경험하며 조금씩 자라고 있다. 지금은 서운한 마음, 아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처음 맞는 겨울바람처럼, 처음 경험하는 뜨거운 물처럼 어떻게 감당할 줄 모른다. 그저 압도될 뿐 대응할 수 없다. 스스로 통제하기는커녕 설명해 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배우는 것이다. 다른 아이처럼 감정을 작게, 약하게 느낄 수 있다면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몇 배로 증폭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잘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행운이 이 아이들에게는 따르지 않았고 그래서 힘들다. 아이도 힘들고, 그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도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면서 아이들은 배운다. 온몸으로 배운다. 익숙해진다.
아이의 나쁜 감정 상태를 빨리 바꿔주려 할 필요 없다. 그저 그럴 수 있겠다고 봐주면 된다. "서운하구나, 네 마음 몰라줘서 서운하구나, 바라는 대로 안 되어 속상하구나, 많이 바랐는데 그렇게 안 되니 슬프지. 너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화도 나고. 그래 마음대로 안 되면 서운하지. 내가 바라는 건 왜 안 되는 거야 싶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 그럴 때가 있지. 우리 OO이 마음이 그렇구나."
산타 할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변호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이런 선물도 못 받는 아이도 있다고 진실을 말해줄 필요도 없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아니 나중에 해야 한다. 당장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그저 진지하고 짧은 위로, 그리고 살짝 다독여주고, 그냥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두면 된다. 속상하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기분 나쁘지만, 그런 나쁜 기분도 시간이 가면 약해진다. 당장은 펄쩍 뛰고 어디에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도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모든 감정은 시간과 함께 사그러진다. 강도가 약해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방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충분히 경험하게 둬야 한다. 나쁜 기분의 끝에는 아무 것도 없고, 결국 기분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해야 한다. 공감해주고, 살짝 토닥여주지만 결국 혼자 머물게 둬야한다. 다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그러면 또 토닥여주겠다고 말해두면 된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막아야 한다. 다만 혼자 괴로워하는 것은 뭘 하든지 그대로 둔다. 소리 내어 울든, 베개를 주먹으로 치든 그대로 둔다. 이게 뭐 그럴 일이냐고 말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네가 속상하니까 그러는 건 알겠어. 하지만 나쁜 기분을 사람에게 풀면 안 되는 거야. 동물에게 풀어도 안 되고. 사람과 동물은 다치니까.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자’ 이렇게 말하고 혼자 겪어내게 해야 한다.
나쁜 감정을 가진 채 그대로 두기. 측은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하지만 애써 풀어주지 않기. 곁에 있지는 않더라도 근처에 머물기. 네 곁에 있고, 네가 힘든 것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그 러면서 그저 지켜보기.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아이에게는 기분 전환 기술도 가르쳐야 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가르쳐야한다. 다만 가르침은 다음에 할 일이다. 당장 감정이 상해 어쩔 줄 모르는 아이에겐 어떤 진지한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르침은 편안할 때, 기분이 좋을 때 해야 한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가르치기 어려울 때 굳이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정작 가르침이 필요할 때는 손을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늘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렇다.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폭탄은 차차 폭발력이 약해지는 폭탄이다. 더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아이가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세상을 믿지 못하게만 만들지만 않는다면 물에 젖은 폭탄처럼 힘을 잃을 것이다. 버티고 기다리면서 견뎌주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스며들 것이다. 부모와의 시간이, 아이가 느낀 경험이 물처럼 스며들며 폭발력은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더 이상 터지지 않는 날이 온다. 덤덤해지는 날이 온다.
츨처: 서천석의 행동한아이연구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유형이 있다. 기질적으로 감정의 전환이 어려운 아이도 있고, 불편한 감정이 일단 들어오면 극단적인 수준까지 빠르게 올라가는 아이도 있다. 기질적인 특성보다는 아이의 정서적 상태가 문제의 원인인 경우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사로잡힌다. 스스로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자신은 안 좋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아이니까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라 믿는다. 그래서 중립적인 자극조차 부정적으로 해석하고는 우울해한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무릇 좋은 일에도 나쁜 일은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었는데 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기대한 것과 다른 선물일 수 있고, 기대에 미치지 않은 선물일 수도 있다. 동생의 선물이 더 나아 보일 수 있고, 수리가 필요한 문제 있는 제품을 받게 된 경우도 있다.
그래도 선물을 받았으니 아쉽더라도 고마움부터 느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하게 살 테니까. 하지만 부모의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 서운한 마음에 입을 삐죽대다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부터, 화가 나서 씩씩대다 펑펑 우는 아이도 있고, 급기야는 선물을 집어 던지면서 ‘산타 할아버지 미워.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 거야,’ 외치는 아이도 있다.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라면 여지없다.
부모는 처음에는 조금 달래준다. 좋은 날이니 좋게 풀고 싶어서다. 하지만 아이가 얼른 기분을 바꾸지 못하면 슬슬 화가 난다. 부족한 대로 애써 준비한 것인데 이 녀석은 고마운 줄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 한편에는 억울한 마음도 올라온다. 좋은 말로 위로하는데도 기분을 못 바꾸는 것을 보자니 이렇게 좁은 심통머리로 세상을 어찌 살려고 그러나 걱정이 든다.
그래서 너 그렇게 계속 울면서 심술부리면 산타 할아버지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 거라며 위협도 하고, 이런 선물도 못 받는 어려운 아이에게 갖다 줘야겠다며 선물을 가로채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 커지고 기분은 더 나빠진다. 성탄절 아침은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잘 되길 기대했는데 엉망이 된 날. 아이의 기대도 엉망이 되었고, 부모의 기대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럴 수 있다. 그런 날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아이가 감정을 다루는데 취약하다면 다음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아이는 지금 자라고 있다.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 부족하다. 그래도 온몸으로 경험하며 조금씩 자라고 있다. 지금은 서운한 마음, 아쉬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처음 맞는 겨울바람처럼, 처음 경험하는 뜨거운 물처럼 어떻게 감당할 줄 모른다. 그저 압도될 뿐 대응할 수 없다. 스스로 통제하기는커녕 설명해 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배우는 것이다. 다른 아이처럼 감정을 작게, 약하게 느낄 수 있다면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몇 배로 증폭해 들어오지 않는다면 잘 넘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행운이 이 아이들에게는 따르지 않았고 그래서 힘들다. 아이도 힘들고, 그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도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면서 아이들은 배운다. 온몸으로 배운다. 익숙해진다.
아이의 나쁜 감정 상태를 빨리 바꿔주려 할 필요 없다. 그저 그럴 수 있겠다고 봐주면 된다. "서운하구나, 네 마음 몰라줘서 서운하구나, 바라는 대로 안 되어 속상하구나, 많이 바랐는데 그렇게 안 되니 슬프지. 너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화도 나고. 그래 마음대로 안 되면 서운하지. 내가 바라는 건 왜 안 되는 거야 싶어서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 그럴 때가 있지. 우리 OO이 마음이 그렇구나."
산타 할아버지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변호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이런 선물도 못 받는 아이도 있다고 진실을 말해줄 필요도 없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아니 나중에 해야 한다. 당장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그저 진지하고 짧은 위로, 그리고 살짝 다독여주고, 그냥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게 두면 된다. 속상하고 서운하고 억울하고 기분 나쁘지만, 그런 나쁜 기분도 시간이 가면 약해진다. 당장은 펄쩍 뛰고 어디에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쁘지만 그렇게 나쁜 기분도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모든 감정은 시간과 함께 사그러진다. 강도가 약해진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방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충분히 경험하게 둬야 한다. 나쁜 기분의 끝에는 아무 것도 없고, 결국 기분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해야 한다. 공감해주고, 살짝 토닥여주지만 결국 혼자 머물게 둬야한다. 다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그러면 또 토닥여주겠다고 말해두면 된다.
혹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막아야 한다. 다만 혼자 괴로워하는 것은 뭘 하든지 그대로 둔다. 소리 내어 울든, 베개를 주먹으로 치든 그대로 둔다. 이게 뭐 그럴 일이냐고 말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네가 속상하니까 그러는 건 알겠어. 하지만 나쁜 기분을 사람에게 풀면 안 되는 거야. 동물에게 풀어도 안 되고. 사람과 동물은 다치니까.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자’ 이렇게 말하고 혼자 겪어내게 해야 한다.
나쁜 감정을 가진 채 그대로 두기. 측은한 마음으로 안타까워하지만 애써 풀어주지 않기. 곁에 있지는 않더라도 근처에 머물기. 네 곁에 있고, 네가 힘든 것 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그 러면서 그저 지켜보기.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아이에게는 기분 전환 기술도 가르쳐야 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가르쳐야한다. 다만 가르침은 다음에 할 일이다. 당장 감정이 상해 어쩔 줄 모르는 아이에겐 어떤 진지한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르침은 편안할 때, 기분이 좋을 때 해야 한다. 부모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가르치기 어려울 때 굳이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정작 가르침이 필요할 때는 손을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다루는데 미숙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늘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렇다. 그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폭탄은 차차 폭발력이 약해지는 폭탄이다. 더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아이가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세상을 믿지 못하게만 만들지만 않는다면 물에 젖은 폭탄처럼 힘을 잃을 것이다. 버티고 기다리면서 견뎌주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스며들 것이다. 부모와의 시간이, 아이가 느낀 경험이 물처럼 스며들며 폭발력은 조금씩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언젠가는 더 이상 터지지 않는 날이 온다. 덤덤해지는 날이 온다.
츨처: 서천석의 행동한아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