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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일부러 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20-02-07 14:51
조회
1018
저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둘째는 정말 손댈 것 없이 잘 커 주고 있는데요. 문제는 첫째입니다. 저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입덧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출산하고 나니 입덧이 없어져서 천국 같았지만, 더 큰 시련이 있더라고요. 아이는 모유도 잘 먹지 않았고 만3세가 넘을 때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할 정도로 아프기도 많이 아팠습니다.

또, 첫째 아이다보니 문화센터다 뭐다 다 해주고 있는데요. 그 관심과 보호가 과했던 걸까요? 기질이 예민하고 낯선 상황을 매우 싫어합니다. 밥도 잘 안 먹고 억지로라도 먹이려고 하면 토해서 밥을 먹이려고 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곤 합니다. 그리고 지금 4살인데 말을 잘하지 못해 언어치료를 다닙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은 입 ·퇴원을 반복한 그 시절 힘들어 입조차 떼지 않았던 제가 원인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걱정하는 건 첫째 아이가 여전히 저를 힘들게 한다는 피해 의식과 아이를 향한 죄책감 그리고 아이를 믿고 그저 사랑하고픈 자상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가끔 욱하는 마음이 들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이는 요즘 엄마를 때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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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중에 첫째가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입덧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네요. 최근까지~ 보통 아이 한 5배에서 10배 그 정도 힘드셨던 것 같은데요.

아마 큰 아이라 더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첫 아이는 보통 아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라는건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심지어 아 그렇게 하면 된다는데 "왜 우리 애만 안 되지? 이런 문제가 있나?" 굉장히 혼란스럽죠.

제가 내용을 읽어보니 이 아이가 특별히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 있더라고요. 하나는 기질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아이들의 기질은 태어날 때 타고, 태어나는 성격인데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눈다고 해요 까다로운 기질, 순한 기질, 느린 기질. 이 아이 같은 경우는 까다로운 기질이에요. 까다로운 기질에는 먹고 자고 이런 것을 모두 힘들게 합니다. 지금 아이가 낯선 상황을 매우 싫어하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들은 훨씬 더 불편하게 느끼거든요. 뭐든지 괴로워요. 큰 소리가 나도 기분이 나쁘고, 뭔가 뜨거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는 ‘아 뜨거워’라고 하는데 애들은 울면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특별히 힘들게 하는 게 하나 더 있어요. 언어발달이 늦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언어 발달이 늦으면 말로 표현하면서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는데 이게 다른 아이보다 늦었을 것 같아요.그래서 더욱더 어머니를 힘들게 하지 않았나 예상됩니다.

또, 이분이 주신 사연을 봤을 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점은 아이가 아프고 한 것이 자신과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의 언어 발달이 느린 것에 대해서도 본인이 아기와 많은 이야기를 안 해줘서 그런가~ 본인 입으로 잘못을 돌리는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이 드시는 건 “이렇게 고생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잘 키워야지”라는 엄마의 모든 노력에 아이가 별로 호응을 해주지 않아 생긴 결과 같아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애가 나를 거부하나? 노력을 하는 만큼 아이가 좋아지지 않아~” 그럼 이때는 여러 가지 자책감, 부적절감과 같은 괴로운 감정들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분노에 대해 말씀 주셨는데요. 저는 어떻게 보면 분노의 크기는 사랑의 크기 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엄마는 자주 욱합니다. 이 어머니가 상황이 안 좋은 게 둘째가 너무 순해요. 둘째가 더 말썽을 부리면 그래도 “큰 애가 천사구나” 라고 할 텐데 말이죠.

솔루션을 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는 까다로운 기질입니다. 어머니가 좀 더 관심이 있으시면 인터넷이나 책 등을 통해서 까다로운 기질이 무엇인가 알아보고 아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면 좋을 것 같고요.

아마도 아이가 밉다고 느껴지는 건 “아이가 편하게 느끼지 않는구나. 이건 내가 부족한 엄마이기 때문이고 그래서 나를 거절하는 거야.”라는 생각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밉다고 느껴진다기보다 거절당해서 속상한 것이라고 이해를 하시며 좋을 것 같아요.

남달리 까다로운 아이를 키운 어머니는 굉장히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는 지나치게 애쓰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키우는 게 필요합니다. 기질이 금방 바뀌는 게 아니거든요. 제 생각에는 6-7세에 많이 좋아지고 10세 되면 많이 좋아집니다. 그런 것들은 발달적으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그때를 기다리시며 마음을 편하게 먹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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