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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을 못하는 아이, 어떡하죠?(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19-11-14 17:28
조회
1710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좋은 편이고 의사소통도 잘 되는 편이라 그동안은 큰 탈 없이 아이를 키웠는데요. 그런데 요즘 들어 고민이 생겼습니다. 바로 딸이 무엇이든지 저에게 물어본다는 것입니다. “엄마 오늘 뭐 입을까요?”라고 물어서 “네가 입고 싶은 것 입어봐”라고 하면 “엄마가 결정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구두 신어도 될까요? 운동화 신어도 될까요? 엄마 피아노 좀 치다가 숙제해도 될까요? 책 사는데 분홍이 예뻐요? 하얀색이 예뻐요?” 등등 거의 모든 결정을 저에게 묻는 식입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기질적으로 겁이 많은 편이었고 저도 전업주부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낯설고 두려워하는 것들을 함께 해주는데요. 이 모든 게 제 탓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용기 있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조선미X김현정 박사님의 솔루션
이런 경우는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엄마의 노력에 따라 아이도 굉장히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더더욱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나이입니다.

사연에 나오는 아이는 불안이 높고 걱정이 많아 의사결정을 의존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나이 정도면 자기가 좋은 게 있거든요. 예를 들어 더운 날, 아이가 두꺼운 옷을 입으려고 해요. 그럼 엄마는 “너 그거 입으면 쪄 죽을 텐데?” 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대부분 아이들은 그대로 입습니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 중 ‘엄마가 골라주는 게 무조건 좋아~’라는 식으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빠삐코를 먹고 싶다고 그걸 들었을 때 엄마가 “꽈배기가 더 낫지 않겠니?”라고 권하면 아이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다음 또 이걸 고르면 엄마가 이런 권유를 더 이상 안 하게 되죠. 엄마의 선호나 선택이 없어집니다.

반대로 애가 뭔가 잘못 골랐어요. “엄마는 그게 좋은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했는데 그게 잘못됐어요. 그래서 “엄마가 뭐라고 그랬어?”라고 하면 엄마가 골라준 게 훨씬 더 좋다고 느끼게 되고, 의사결정을 의존하게 됩니다.

아이가 쓰라린 마음을 가지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가 공책을 살 때 “어머 분홍색이 예쁜 것 같아 하얀색도 예쁘지만 나는 분홍색을 살 거야” 하고 분홍색 공책을 샀어요. 그다음 친구가 하얀색을 갖고 있는걸 보니 “하얀 걸 갖고 싶지만 내가 이걸 샀네” 이런 쓰라린 마음이 드는 것, 그게 되게 중요합니다. 왜냐면 세상에는 모든 걸 완벽하게 살 수는 없거든요. 다만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그 노력은 쓰라린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좌절하는 걸 보기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되 엄마가 관여하지 않고 지켜보고, 좌절하는 과정에 그걸 보호해주고, 그리고 책임지지 않고 지켜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게 어머니가 가능하실까? 그런 걱정이 듭니다.


자, 솔루션을 드릴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일단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부터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게 시키세요.

입는 것 신는 것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옷을 입힐 때 여러 가지 옷을 주고 “이 안에서 네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라고 하면 아이들은 당연히 이상한 색의 조화로 입습니다. 근데 자기네들이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요. 그때 그대로 놔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알아서 골라 입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상황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서점에 갔을 때 엄마가 흔쾌히 “OO아 네가 원하는 책을 사줄 게~”라고 말하면 애들은 “만화책도 돼요 엄마?”라고 물어봅니다. 바로 “야 그건 좀 그렇지 않니?”라는 말이 나오겠죠. 결국에 아이는 흥미를 잃고 엄마가 책을 고르고 있어요.

고전적인 만화와는 다른 건전하고 교육적인 것을 고르겠죠. 그렇게 되면 아이는 또다시 선택할 기회가 없어집니다. 아이가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선 아무거나 사게 두셔야 해요. 너무 마음에 안 들어도 웃으면서 “좋아~”라고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건 훈련용이라 어머니가 아끼지 마시고요.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아이는 선택과 결정 능력이 굉장히 좋아 질 것입니다. 이런 작은 것부터 실천하셔도 모이면 어마어마한 교육 시간이에요. 수업 1주일 수업보다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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