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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제 양육태도 때문인 것 같아요(굿프렌즈심리상담센터)

작성자
친구
작성일
2019-09-09 14:20
조회
757
36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제 양육방식으로 인한 문제가 아이한테서 그대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위로 언니가 셋이고 제가 막내다 보니 항상 군대 같은 분위기와 엄격하게 꾸짖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컸는데요.

저도 모르게 저희 아이한테 똑같이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남들은 아이가 예쁘고 안쓰럽다고 하지만, 저는 아이보다 제가 힘든 게 먼저 보이고 제가 불쌍하다고 생각이 드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네가 이렇게 해서 문제가 된 거다’라고 책임을 떠넘기며 아이를 혼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제가 혼내고 소리치는 모습을 따라서 자기가 화낼 때 똑같이 행동합니다.ㄴ

반면 남편은 사랑을 많이 받아온 케이스고 인내심도 강한 편입니다. 저였다면 10번도 넘게 화를 냈을 일에도 아이를 다독여서 잘 넘기고요, 또 화를 낼 때는 따끔하게 하니 아이가 오히려 남편과 함께 있는 주말은 거의 울지도 않고 잘 지냅니다. 근데 그런 모습을 보는 저는 마음이 즐겁지 않고 ‘나는 왜 이럴까~부터 정말 육아는 내림인가?’라는 생각을 들면서 갑자기 친정엄마도 밉기도 합니다.

또 나름 사회에서 잘 나가던 내가 경력 단절녀가 돼서 이렇게 패배녀가 되게 한 아이도 밉고 이혼하고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처럼 저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신생아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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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이보다 내가 힘든 게 먼저 보인다고 하는 표현이 좀 눈에 띄었어요. ‘어우 이 녀석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힘들어’ 이것보다는 ‘저렇게 지금 우는 애와 지금 나의 상황과 뭐 여러 가지 내 인생이 왜 이렇지?’ 약간 이런 식의 개인의 고민을 더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쭉 써주신 사연을 봤을 때 어른인 엄마가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지 않고 꼭 언니가 동생을, 오빠가 동생을 이렇게 혼내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를 돌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좀 부담스럽다고 해야 하나? 부담스럽고 좀 챙겨야 되는 존재지 내가 돌봐야 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네가 너 스스로를 챙기면 내가 덜 힘든데 왜 너는 너 스스로를 못 챙겨?’ ‘너 때문에 내가 힘들잖아’ 이렇게요. 중요한 건 이 친구가 36살이면 그게 말이 되는데 36개월이라는 면에서는 스스로 챙길 수가 없는 나이인 거죠. 혹시 어머니가 자랄 때 언니든 둘째 언니들 좀 기질이 강한 언니에게 ‘너 때문에 혼났잖아’ 이런 말을 계속 들어서 아이한테 그대로 하시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다는 말씀이 나왔는데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냥 혼자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크신 것 같아요. 남편과의 갈등보다는 내면에서 오래전부터 쌓여져있고 억눌려졌던 억울함과 좌절감 또 화 이런 것이 정리가 안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어린 시절하고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요. 3명의 언니들과 함께 자라면서 언니들한테 혼날 때 ‘나만 없어지면 돼’ ‘우리 집에서 나만 문제야’ 라는 생각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보통 이혼할까 할 때는 모든 엄마들이 애를 생각하거든요. 근데 지금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남편은 애를 잘 봐, 근데 남편하고 애는 사이가 좋아. 그러니까 나만 없어지면 돼 이런 부적절감과 소외감을 느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분이 좀 이런 감정들을 털어내고 아이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단 원 가족 내에서 엄마와 언니들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이 육아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내가 어린 시절에 상처받았던 가족관계와 관련이 있지 않나..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개인 상담, 그리고 부모교육을 받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당장 아이가 저는 좀 걱정이 돼요. 엄마가 평소에 화를 통제하지 못할지라도 화나는 마음이 덜할 때에는 아이를 안아주고 칭찬해주면 좋습니다.

근데 아이를 칭찬해주세요 하면 보통 칭찬할게 없는데요? 이렇게들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이럴 땐 숙제처럼 안아주세요. 내가 5번 정했으면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한 번 할 때마다 바를 정자를 쓰면서 숙제하듯이 아이를 안아주고 칭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관련한 책들도 요즘 많이 나와 있거든요. 많이 읽어보시고 스스로를 어루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사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거든요. ‘나는 적어도 이렇게 받았지만 나는 이렇게 돌려주지 않고 있어’ ‘우리 아이와 나와의 관계는 내가 우리 엄마와 갖고 있는 관계보다 훨씬 발전되고 좋아~’라는 생각을 하시고 양육을 하시면 좋은 어머님이 되실 수 있어요. ‘아이한테 미안해, 근데 너는 엄마보다는 더 좋은 엄마를 만났단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만 노력하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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